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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육화상은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도계원을 곁눈질로 흘겨 봤다.여전히 너털웃음을 치고 나서야

대답했다.”그런 걸 지금 여기서 꼬치꼬치 캐서 따진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조급히 굴 건 없어 ! 여기

술이 아직도 남아 있으니, 술이나 다 마시고 나서 우리들의 가장 급한 일부터 해결하러 가기로 하세!”

36. 현도노괴와의 만남그날 밤 초저녁.거리 거리에 등불이 밝혀질 무렵.신계 성안에서 가장 사람의 왕

래가 많아서 혼잡을 이루는 중심지거리 한복판에, 아주 형편없이 남루한 옷차림을 한 화상 한 사람이

나타났다.비칠비칠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면서도 연방 손뼉을 쳐서 박자를 맞추며 자기 멋대로 미친

듯이 노래를 불렀다. 목청을 높여, 남이야 듣건 말건 소리를 지르며 무작정 앞으로 앞으로 걸어 나가고

있었다.노래의 가사 또한 익살맞으면서도 풍자가 가득 찬 것이었다.술 맛도 희한하고고기 맛도 구수

하니술 있고, 고기 있으면그것이 바로 천당이지!남들이야 나를 더럽다손가락질하건 말건나는 나대로

그들의 곱지 못한 마음씨가딱 질색이다!명예 때문에 다투고승리자라 뽐내고‥‥따지자면 인생이란

향로(香爐) 속의 연기만도 못한 것을미워하던 사람이 죽었다고웃고 있는 동안에자기 자신 또한 죽음을

향해서모르고‥‥‥남루하기 짝이 없는 옷차림에다가, 또 미친 듯이 날뛰며 큰소리를 질러 노래를 부

르며 걸어가고 있으니, 오가던 행인들 중에서는 적잖은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어처구니없다는 듯, 비

웃는 듯, 멍청히 화상의 꼴을 구경하고 있었다.더군다나 구경거리가 없어 심심해 못 견디는 장난꾸러기

어린 아이들은, 온갖 소리를 참새처럼 재잘거리면서 화상의 뒤를 쫓았다. 넓은 한길이 순식간에 사람의

떼로 메일 지경이었다.이때, 남루한 옷차림을 한 화상은 신계 성안에서 제일 큰 어떤 술집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번쩍 쳐들어서 술집의 간판을 살펴보았다. 즉각에 목구멍에서 꿀꺽 소리가 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술 생각을 하고 군침이 흘러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는 모양이었다.그 술집의 간판에

는 취불귀(醉不歸)라는 석 자가 뚜렷이 새겨져있었다. 석 자의 글씨는 이 남루한 옷차림의 화상을 지

남철같이 끌어당겨서 집어삼켜 버릴 것만 같았다.화상은 걸음을 멈추었다. 미친 듯이 부르던 노래도

흥미 없다는 듯 입을 꽉 봉해 버렸다. 그러고는 두 눈을 두리번두리번, 술집 이층만 올려다보느라고

딴 정신은 없는 모양이었다.바로 이때, 그 술집 이층, 거리로 면한 널찍한 들창 가에는 늠름하고 준수

하게 생긴 젊은 귀공자 한 사람이 혼자 앉아 있었다.그는 들창 밖으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미친

사람처럼 목청이 터져라고 소리를 지르는 남루한 옷차림의 화상의 노래를 듣고, 일종의 호기심에서 들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본 모양이었다.그 화상은 젊은 귀공자가 자기의 꼴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을 눈

치채자 또다시 입으로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