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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까 말까 했을 때였다.한참만에야 유사고 아가씨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자운 아가씨를 바라

보며 눈물 섞인 음성으로 말했다.”정씨댁 아가씨‥‥‥ 저‥‥‥ 저는‥‥‥”자운 아가씨는 처

량한 표정으로 간신히 쓰디쓴 미소를 입가에 띠었다.”아가씨! 나한테 무슨 하고 싶은 말이라도‥

‥‥?”유사고 아가씨는 자신도 모르게 흘러 나오는 긴 한숨을 감추지 못했다. 시원스럽게 생긴 두

눈동자도 빛을 잃은 듯, 힘없는 음성으로 말했다.”저는 그 소씨 도련님의 행방을 알 수 없는 게 몹

시 불안하고 걱정스러워요!”자운 아가씨는 영문도 모르고 내심 깜짝 놀랐다. 맑고 날카로운 시선

이 유사고 아가씨의 얼굴 위에 화살같이 꽂혔다.”아가씨! 그건 어째서? 어떻게 하는 말‥‥‥?”

유사고 아가씨의 두 볼에는 발그스레한 놀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들릴 듯 말 듯한 나지막한 음성

으로 대답했다.”저‥‥‥ 저는 앞으로 영원히 정씨댁 아가씨를 모시고 싶어요!”자운 아가씨의 놀

라움은 더한층 컸다. 무슨 까닭인지 알 수 없어 또 한 번 반문했다.”아가씨가 지금 하는 말은 뭘 의

미하는 거지?”유사고 아가씨는 처량한 표정을 하고 소리 없이 씽끗 웃었다.”운명을 기구하게 타고

난 이 계집애는 평생을 두고 소씨 도련님과 정씨댁 아가씨의 시중이나 들고 모시고 지내는 것만으

로도 만족하겠어요!”가슴을 탁 털어놓은 노골적인 호소였다.자운 아가씨는 자기 자신의 추측이 어

지간히 들어맞았다는 생각을 하고, 역시 부지중 흘러 나오는 탄식 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어지러

워지는 심정을 억지로 누르면서 태연스런 표정을 하고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다.’무예계에는 안타

까운 애정 문제 때문에 괴로워하는 여자들도 많구나! 나의 일편 단심도 지금 같아서는 이루어질

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 소녀의 말을 들어 보면‥‥‥?’여기까지 생각하자, 자운 아가씨는 또

한 번 괴로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자운 아가씨는 본래부터 마음씨가 선량하고 인자한 처녀였다.

도리어 상대방 아가씨를 동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쓰디쓴 웃음이 입가에 떠올랐다. 자신도 모르

게 두 볼이 후끈 달아 올랐다. 무슨 말부터 먼저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자운 아가씨는 유사고

아가씨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전혀 다른 성격의 소유자였다. 왜냐하면, 유사고 아가씨는 스승 서

기를 따라서 다년간 천하를 횡행한 까닭으로 산전 수전을 다 겪어 본 솔직 담백하고 통쾌한 일면

을 가졌지만, 자운 아가씨로 말하자면 비록 무인(武人)의 집안에서 태어났다고는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