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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소천이 고개를 돌이키며 벌컥 소리를 질렀다.”천각선사! 그 놈은 어디 있다는 거요?”천각선사는 여

전히 침통하고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자기 손으로 자기 코끝을 가리켰다.”바로 여기 있소!”제일명이 까

닭을 알 수 없어서 성급히 추궁했다.”천각선사가 죽였단 말이오?”천각선사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실

성한 사람처럼 괴상한 음성으로 한바탕 웃고 나서야 대답을 했다.”으흐흐흐‥‥‥ 흐흥! 맞았소! 이 천

각화상이 바로 학거비 두령을 살해한 흉수(犯手)임에 틀림없소.”매소천은 천각선사가 평소에 웃기를 잘

하고 농담을 즐기는 성격임을 잘 알고 있었다.정색을 하고 또 한 번 추궁했다.”천각선사! 지금이 어느 때

라고 이렇게 농담을 하시오? 그러지 말고 솔직히 사실을 말씀해 주시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

천각선사는 여전히 처참한 비명 같은 괴상한 웃음소리를 터뜨렸다.”우흐흐흐‥‥‥ 흐흥! 화상이라고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는 법이 있겠소? 또 사람을 죽인 죄과를 억지로 제 몸에 뒤집어쓰려는 사람이 어디

있겠소? 그러나 이 천각화상은 학거비 두령을 죽일 생각이 있어서 죽인 것이 아니라는 것만은 알아 주시

오. 나는 어떤 놈의 음모에 속았소. 그놈은 내 칼을 빌어서 학거비 두령을 죽여 버린 셈이오.”무당파의 두

령 제일명은 그 말을 듣고서야 대강 짐작이 갔다. 미칠 듯이 소리를 질렀다.”아앗! 지독한 놈이다. 천하에

보기 드물게 악독하고 모진 솜씨다.”천각선사는 여전히 자기 정신이 아닌 괴상한 웃음소리를 냈다.”히히

히‥‥‥ 히히! 우리 몇 사람은 어떤 놈의 손아귀 속에서 완전히 희롱을 당하고 있는 것이오. 정말 죽기

도 부끄러운 노릇이오.”매소천이 답답함을 못 참고 또 한 번 추궁했다.”천각선사! 바로 무영객이란 놈 자

신이 이곳에 나타났었소?”천각선사가 흥분한 마음을 다소 진정시킨 듯, 차분히 가라앉은 음성으로 점잖

게 대답했다.”두 분 두령 형들! 이 화상은 어찌나 얼떨결에 당한 일이었던지 그놈의 그림자조차 확인을

하지 못했소.”제일명이 장탄식을 금치 못하며 결단을 내려서 말했다.”그놈이 멸망하지 않는 한 우리 무예

계에는 영원히 피를 보지 않고 살륙을 보지 않는 날은 있을 수 없을 것이오. 그놈이 이미 도주해버리고

없는 이상 빨리 학거비 두령의 시체나 사찰 안으로 운반해 갑시다. 명원방장(明遠方丈)께서 지금 혈액

순환을 조절하시며 상처를 치료하고 계신 중이니, 일을 너무 떠들썩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오.”

매소천은 돌연 오른편 소맷자락을 훌쩍 걷어 올렸다.그의 손에는 어느 틈엔지 한 자루의 옥퉁소가

쥐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