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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의 추운검객과 팔배지교(八拜之交)로써 사귄 사이라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추운검법에

관해서는 누구보다도 정통했다.검술상의 조예만 가지고 따지더라도, 추운검객이 도저히 정기

봉을 따를 수 없었다. 소세옥 같은 애송이 청년이 안중에도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그는

히죽벌죽 빈정거리는 미소를 입가에 띤 채, 꼼짝달싹도 하지 않고 장승처럼 버터고 서 있을 뿐

이다.소세옥의 칼끝에서 뻗쳐 나는 새파랗고 매서운 불꽃들이 몇 자 거리밖에 남지 않은 곳까

지 육박해 들어왔을 때, 정기봉은 그제서야 별안간 칼을 홱 한 번 휘두르며, 빈정거리는 웃음

을 터뜨렸다.”헤헤헤! 헤헤! 이제, 네놈은 정말 죽고 싶다는 거냐?”말소리와 함께 정기봉의 칼

도 맹렬히 휘둘러졌다.한줄기 새파란 광채가 칼날에서 번갯불처럼 뻗쳐 나서 땅바닥을 휩쓸

면서 약간 앞으로 나가는 것 같았다.성수신검 정기봉은 과연 비범한 검술을 지닌 거물임에

림없었다. 그는 몸을 비스듬히 옆으로 뽑았다. 칼에서 뻗쳐 나는 기운이 광풍 노도와 같이 땅

위를 휩쓸었고, 회오리바람같이 매서운 소리를 내었으며, 찬란한 검광(劍光) 때문에 사람들

은 눈이 부시어서 앞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할 지경이었다.소세옥의 칼끝에서 뻗쳐 난 불꽃들

은, 정기봉의 칼날이 발사하는 검광에 말려서 보이는 듯 마는 듯, 차츰차츰 뒤로 물러나기 시

작했다.그와 동시에 이상하게도, 소세옥은 손에 천근 무게나 되는 무거운 물건을 들고 있는

사람같이 팔을 쳐들어 올릴 수가 없었다.소세옥은 가슴이 섬뜩했다.경각을 지체치 않고 신영

궁의 산형술(散形術)을 발휘해서 몸을 훌쩍 날려 후퇴하면서 뻗쳤던 칼을 거둬 들였다.화산

파도 무당파도 모두 검술을 가지고 문파를 창설한 사람들이었다. 정기봉의 놀라운 검술의

위력을 알아보지 못할 리 없었다.매소천도, 제일명도 결투가 시작되자마자 처음부터 정자

봉의 무서운 실력 앞에 장탄식을 금치 못할 뿐이었다.소세옥은 또다시 몸을 꼿꼿이 가누고

섰다. 바로 정기봉의 측면에서 일 장쯤 떨어진 지점이었다.비록 오른팔이 시큰시큰하고

아프기는 하지만, 그런 것을 헤아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이놈! 내 칼을 한 번 더 받아

봐라!”벽력같이 호통을 치면서, 장검을 마치 바람이나 구름이 변하듯 자유자재로 휘둘러

서, 추운검법 중에서 두 번째 절기(絶技)인 성하만리(星河萬里)라는 수법을 발휘했다.

칼끝이 빙글빙글 허공에서 동그라미를 그렸다.하늘에는 온통 검광이 가득 찼다. 그 검광

은 일각도 쉬지 않고 정기봉을 향해서 거센 물결처럼 육박해 들어갔다. 어떤 게 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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