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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오를 하고 매섭게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이제는 나이고 체면이고 아무 것도 생각할 여지가
없어졌는지라 발악적으로 쏴 붙였다.”흥! 이 매약화는 한평생 칼 한 자루만 믿고 남을 괴롭혀
본 적이 없다. 네년이 정 싸우기를 좋아한다면, 내 이 두 손만 가지고도 아마 네년의 이천검법
쯤은 거뜬히 받아넘길 수 있을 테니까‥‥‥‥”이 몇 마디 말은 백봉 주영을 완전히 멸시하는
말임은 물론이다. 백봉 주영의 생각으로는, 만약에 매약화 아가씨가 칼을 몸이 지니고 있다면
사, 오십 합쯤은 대결해 볼 만한 적수가 되리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제 말한 것과 같이 빈손
만 가지고 자기의 칼을 받아넘길 수 있다고 호언 장담하는 것은, 애당초부터 자기를 안중에도
두고있지 않는다는 태도임이 분명했다.”흥! 뭣이 어쩌고 어째! 세상에 별 아니꼬운 계집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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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보겠는데!”약이 오를 대로 오른 백봉 주영은 이렇게 소리를 지르며 말 안장 위에서 훌쩍,
바람처럼 단숨에 땅 위로 내려섰다.어깨에 걸치고 있던 덧저고리를 훌쩍 벗어서 말 안장 위로
팽개쳐 던지고 말 궁둥이를 손으로 딱 때렸다.”어허허허헝!”새빨간 연지마는 한바탕 요란스
럽게 울부짖고 한길 옆에 있는 잔디밭으로 물러나가고 말았다.말을 멀찍이 물러가게 해놓고
나서, 백봉 주영은 칼끝같이 뾰족하고 사나운 눈초리로 매약화 아가씨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어지간히 큰소리를 땅땅 칠 줄 아는 년이구나! 네년의 화산파의 검술이 그 값어치가 몇 푼이
나 된다는 것쯤은 나는 벌써부터 똑똑히 알고 있다. 하지만 네년도 장백산 백혼령의 이천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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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마나 무시무시하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을 텐데? 네년이 칼을 손에 잡고 있지 않는데 내
가 비겁하게도 칼로써 대결하겠느냐? 우리 주먹이나 발만 가지고 겨루어 보는 게 어떨까?”
매약화 아가씨는 자기의 주먹이고 발이고 도저히 자신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 그러나 활시위는 이미 잡아당겨진 판이다. 화살은 앞으로 쏘아지게 마련이다. 다시 뒤로 주
저앉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 순간, 매약화 아가씨는 홀연 송죽 노인이 전심전력을 다해서
가르쳐 준 화롱영(花弄影)이라는 귀신 잡는 법이 퍼뜩 머리에 떠올랐다.남몰래 마음속으로 생
각했다.’송죽 노인께서 가르쳐 주신 그 신법을 한 번 시험 삼아 써 볼 만한 좋은 기회다! 비록 주
먹이나 발을 가지고는 내가 당해 낼 수 없다손 치더라도, 이 수법 앞에는 네년도 꼼짝 못할
것이다.’이런 생각을 하면서 입가에 차가운 냉소를 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