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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못 이겨 그의 배 밑에 깔리기는 했다지만, 손추평은 몸을 날쌔게 쓰는 데에 또한 남 못지 않게 약삭빠

른 여자였다.힘 안 들이고 연비에게 부둥켜 안긴 채 방바닥을 몇 번인지 뒹굴뒹굴 엎치락뒤치락 굴러다니

다가, 살짝 미꾸라지처럼 몸을 뽑아 냈다.훌쩍 침상 뒤로 몸을 날리는 찰나에, 연비의 급소인 연혈(軟穴)을

가볍게 찔러 버렸다.천수관음 손추평은 과연 비범한 솜씨를 지닌 여자였다.방바닥에 배를 깔고 살금살금

기어서 방 저편 구석으로 갔다. 날쌔게 의복 한 벌을 움켜잡아 눈 깜짝할 사이에 거뜬히 입고 일어섰다. 그

러고 나서 경각을 지체치 않고 방 뒤쪽으로 뚫려 있는 들창 밖으로 몸을 쏜살같이 날렸다. 날씬한 허리채를

흔들흔들, 탐스러운 둔부를 들썩하고 가볍게 움직이는 순간, 손추평의 몸은 어느 틈엔지 지붕 꼭대기에

우뚝 버티고 서 있었다.매서운 음성으로 호통을 쳤다.”어떤 놈이냐?”그러나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은 없

었다. 두 눈을 딱 부릅뜨고 사방을 두루두루 살펴봤다. 앞뒤 들창 가에서는 사람의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

었다. 단지, 들창 앞에 서 있는 한 그루 키다리 버드나무 가지가 바람에 흔들흔들 나부끼고 있을 뿐이었다.

손추평이 모질게 호통을 치는 바람에, 건너편 침실을 지키고 있던 국홍이 두 눈이 휘둥그래져서 달려 나

왔다.이 집 사방에 몸을 숨기고 경비의 책임을 지고 있던 다른 세 계집종들도 일제히 깜짝 놀라 몰려들

었다.새빨간 여자들의 그림자가 갈팡질팡 어른거렸다. 네 계집종들은 거의 같은 시각에 이 집 앞으로

대들었다.도홍이 고개를 쳐들어 지붕 꼭대기를 올려다보며 소리를 질렀다.”큰 마님! 무슨 일인가

요?”천수관음 손추평은 태연히 냉소를 터뜨렸다.”빨리 사방으로 수색해 봐라! 어떤 놈이 이 집 안에

침범했다!”네 계집종들은 재빨리 몸을 날려 사방을 샅샅이 뒤지다시피 했건만, 아무런 종적도 찾아

내지 못했다.”아차!”천수관음 손추평은 뭣을 생각했음인지 별안간 이렇게 가볍게 외마디 소리를 치며

바람처럼 훌쩍 몸을 날려 땅바닥에 내려섰다.제비가 물을 차듯, 날쌘 동작으로 들창을 훌쩍 넘어 자기

방안으로 날아 들어갔다. 경각을 지체치 않고 침상 앞으로 달려갔다. 휘장을 걷고 침상 위를 살펴봤다.

두 눈이 휘둥그래지며 얼빠진 사람같이 멍청히 서서 기가 막히다는 표정이었다. 침상 위에 있어야 할

연비가 온데간데가 없어진 것이었다.손추평은 그제서야 어떤 사람의 교묘한 계책에 속아 넘어갔다

는 것을 깨달았다.”어떤 괘씸한 놈이 이따위 짓을?”천수관음 손추평은 또 한 번 매섭게 소리를 지르

며, 쏜살같이 몸을 날려 사마림 아가씨를 가둬 둔 방으로 달려갔다.마침, 안으로부터 아가씨의 동정

을 지키고 있던 국홍이 당황한 표정으로 달려 나왔다. 손추평의 얼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