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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나며, 주렴(珠簾)을 반만 걷고 애교가 똑똑 듣는 음성으로 말했다.”아가씨! 어서 이 안으로 들어

오셔서 옷을 갈아 입으세요!”사마림 아가씨는 수줍은 생각이 들어서 다소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

다.그 눈치를 재빨리 알아챈 천수관음 손추평이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상냥스럽게 말했다.”아가

씨! 어서 들어가서 ‥‥‥ 뭐 조금치도 부끄럽다거나 쑥스러워할 것 없이 옷부터 갈아 입어! 저렇

게 예쁘게 생긴 아가씨가 남자의 장삼을 걸치고 있다니 ‥‥‥ 딱해서 볼 수 있겠어?”사마림 아

가씨도 터져 나을 것만 같은 웃음을 억지로 참고, 침실 안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다.그 침실 안

은 꼼꼼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여자에게 소용되는 물건 치고 없는 게 없었다.그러나 그

모든 차림새가 한눈에 봐서 임시로 꾸며져 있다는 점을 쉽사리 발견할 수 있었다. 과연, 천수관음

손추평이란 여자가 말한 것이 거짓말이 아니라고 증명하고 있다는 듯이‥‥‥들창 가까운 곳에

있는 조그마한 나무로 만든 상 위에는, 장미꽃이 만발한 화분이 하나 올려 놓아져 있었다. 요염하

고 탐스러운 새빨간 꽃이 송이송이 활짝 피어서, 방안에 한번 들어서면 사람을 매혹시킬 것만 같

이 짙은 꽃 향기가 코를 자극했다.들창 정면 아래로는 역시 흰 나무로 만든 침상이 한 채 놓여 있

고, 침상 위에 한 벌 새빨간 빛깔의 여자 옷이 가지런히 놓여서 입을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국홍이란 계집종이 손으로 침상 위를 가리키며 생글생글 소리 없이 웃었다.”이건 우리 댁 큰 마

나님의 의복예요! 아가씨 몸에 알맞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서 입어 보세요!”사마림 아가씨의 신

경은 날카롭게 곤두서 있었다. 우선 침실 안을 구석구석 자세히 살펴보고 나서 웃는 낯으로 대

답했다.”정말, 고마워요!”국홍은 여전히 생글생글 웃으면서 몸을 돌이켜 침실 밖으로 나가면서

방문을 조용히 닫았다.사마림 아가씨는 그제서야 털끝만큼도 수상쩍게 여길 점이 없다고 생각했

다.그래서 선뜻 장삼을 벗어 던졌다. 옷을 갈아 입으려고 했다.그러나 어찌 꿈엔들 상상할 수

있었으랴.사마림 아가씨가 막 장삼을 벗어 던지는 찰나!느닷없이 저편으로 바라다보이는 큼직

한 채경 속에서 새빨간 사람의 그림자가 번쩍하고 스쳐 나갔다.여자란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

치지 않은 알몸뚱어리로 있을 때, 돌연 누가 앞에 나타난다면 본능적으로 제일 먼저 손으로 가

려야 하는 데가 있다.사마림 아가씨도 창졸간에 손에 막 집어들고 있던 의복으로 치부(恥部)와

배를 가리고, 황망히 몸을 침상 휘장 뒤로 훌쩍 숨겨 버렸다.사마림 아가씨가 몸을 휘장 뒤로 숨

기는 찰나, 이상하게도 몸의 급소인 지당혈(志堂穴)이 시큰하고 저려 들어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군가가 매서운 음성으로 가벼우면서도 싸늘하게 웃었다.”헤헤헤! 겁낼 것 없어! 침

상 위에서 조용히 쉬고 있으면 되는 거야! 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