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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한 틈도 주지 않고 침상에 누워 있는 소세옥의 가슴 한복판에 폭삭 고꾸라지고 말았다.’아앗! 에그
머니 ! 이게 어디서 나타난 여자인가?’사마림 아가씨는 너무나 커다란 놀라움에 하마터면 고함을 지
르고 그 자리에 주저 않아 버릴 뻔했다.만약에 이 검정옷을 입은 여자가 손에 잡은 비수로 소세옥의 가
슴을 찔러 버린다면 중상을 입은 몸으로 인사 불성이 되어 있는 소세옥이 그대로 찍소리도 못하고 목
숨을 빼앗길 것은 뻔한 노릇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어찌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으
랴!사마림 아가씨가 침상 앞으로 달려들어가, 막 팔을 뻗쳐서 검정옷을 입은 여자를 덥석 움켜잡으
려고 하는 바로 그 찰나에, 홀연, 사마림 아가씨의 한쪽어깨를 툭 치는 손길이 있었다. 그리고 점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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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여자의 음성이 들렸다.”사마림! 그냥 내버려 둬! 그 아이를 다치게 하지 말아요! 아! 정말 너무나
뜻밖인걸! 얘가 여기까지 달려 와서 이루지 못할 사랑을 죽음으로써 끝장내려 들 줄이야!”사마림
아가씨는 깜짝 놀라 고개를 홱 돌이켰다.어느 틈에 어떻게 나타났는지는 알 수 없으나, 사마림 아
가씨의 등덜미에는 매약화 아가씨가 나무로 깎아서 만든 장승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우뚝 버티고
서 있을 뿐이었다.사마림 아가씨는 두 눈이 휘둥그래져서 성급히 물었다.”매약화 언니 ! 도대체
이 여자가 누구라지?”매약화 아가씨가 장탄식을 금치 못하며 대답했다.”아휴, 서기(西欺)의 제
자, 유사고(柳四姑)라고 하는 아가씨‥‥”사마림 아가씨는 더욱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유‥‥‥유사고? 그런데 이 아가씨가 이게 무슨 짓을 하고 있다는 거요?”매약화 아가씨는 차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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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 가라앉은 음성으로 조용히 대답했다.”이 아가씨도 소세옥이란 청년을 사랑하고 있었거든‥
‥‥‥””뭐라구? 그래요?”사마림 아가씨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주춤 한 발자국을 뒤로 물러
섰다.매약화 아가씨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소세옥의 가슴패기에 폭삭 고꾸라져 있는 검
정옷을 입은 여자의 상반신을 벌컥 잡아 젖혔다.과연 그 여자의 가슴 한복판에는 서슬이 시퍼
런 비수가 꽂혀 있었다. 자기 손으로 자기 가슴을 찌르고, 소세옥의 가슴 위에 고꾸라져 목숨을 끊
고 만 것이었다. 벌써 의복이 시뻘건 피로 물들어 있었다. 이미 숨이 끊어진 것은 두 말할 것도 없
는 일이었다.사마림 아가씨는 유사고라는 여자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서 소세옥의 가슴 위
에서 목숨을 끊고 마는지, 도무지 그 까닭을 알 수 없었다. 물론, 사마림 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