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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간, 화산파의 검수(劍手)로 있는 문하생 두 장정이 점잖게 걸어오는 것이었다.
그들은 저마다 비취같이 새파란 빛깔의 조그마한 주전자를 하나씩 높이 쳐들어 들고 있
었는데 그 두 개의 주전자에는 꼭같이 매화꽃 무늬가 찬란하게 새겨져 있고, 주전자 뚜
껑은 분홍색 매니(梅泥)로 단단히 봉해져 있었다.소위 매니라고 하는 것은 역시 매화꽃
을 찧어 가루를 만들고 거기다가 수십 종의 향료를 배합해서 진흙처럼 만든 것이다. 이것
은 냉매선자가 술주전자를 밀봉하기 위해서 창안해 낸 묘한 방법이었다. 비취처럼 새파
란 주전자의 빛깔과 뚜껑을 밀봉한 매니만 봐도, 그것이 가짜가 아니라는 것을 쉽사리
알 수 있었다.두 장정들은 선당 문간까지 걸어왔다.벌써부터 술주전자에서는 한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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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한 향기가 넓은 공간에 활짝 퍼지면서 구수하고도 감미로운 술냄새가 여러 사람의 코
에 왈칵왈칵 끼쳤다. 정신이 별안간 산뜻해지는 듯한 그 독특한 냄새는 뭐라고 형언키도
어려울 정도로 여러 사람의 입맛을 유혹하는 것이었다.제일 견디기 어려운 사람은 주육
화상이었다.”야아! 근사하다!”화상은 누구보다도 먼저 손뼉을 치며 갈채를 참지 못했다. 그
기뻐하는 품이 꼭 미쳐 날뛰는 것만 같았다.”됐어! 이건 정말 천하 일품, 최고의 좋은 술인걸!”
무당파의 영도자 제일명도, 그리고 화산파의 영도자 매소천도 꼭같이 두 눈이 휘둥그래지면
서 어리둥절,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철배신타(鐵背神駝) 도계원이 과연 무슨 수단과
방법으로 냉매선자가 천하의 진품으로 비장해둔 이 술을 훔쳐냈는지 도저히 상상도할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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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일이기 때문이었다.냉매선자라는 여자와 평소에 교분이 두텁다는 무예계 인물들이 이 여
자를 방문한다 해도, 천하의 명주 백일취 냉매향을 고작해야 석 잔밖에 대접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그런데 철배신타 도계원은 어떻게 해서 이 진품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단 말인가?철배신타 도계원은 두 팔을 길게 뻗쳐서 냉매향 명주 주전자 두개를 받아
서 상 위에 올려 놓았다.손가락으로 그것을 가리키며 자못 정중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스님! 이제 똑독히 보셨죠? 이걸 가짜라고는 하시지 않겠죠?”주육화상은 가느다랗게 실눈을
떠서 술주전자 두 개를 노려봤다. 입에 군침이 괴어서 견딜 수 없는 모양이었다. 마침내 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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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줄기 입에서 흘러 나오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연방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성급히 말했다.
“이봐! 이봐! 이건 진짜야! 틀림없는 진짜야! 이 화상은 아무 재간도 없지만, 단지 한가지 술
맛을 감상하는 데에는 당할 사람이 없지! 냄새만 맡아도 진짜 가짜를 가려낼 수 있으니까.”
도계원이 이때라 생각하고 선뜻 말했다.”그러면, 방금 하신 말씀은 믿어도 좋을까요?”
주육화상은 성급함을 참지 못하고 두 팔을 길게 내밀어 술 주전자를 단숨에 움켜잡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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