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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럼 창백해져서 타오르는 분노를 참을 길 없이 호흡 소리마저 쌔근쌔근하며 주육화상의 대갈통을

한칼에 찔러 버리지 않은 것이 유감 천만인 모양이었다.”나를 놀려먹었겠다! 어디 좀더 두고 보자!”

매서운 음성으로 소리를 지르는 순간, 한줄기 새파란 검광이 무지개처럼 뻗쳐 났다. 다음 순간, 아가

씨의 몸뚱어리는 칼과 함께 뭉쳐서 마치 한 자루의 화살이 날 듯, 주육화상의 뒤를 쫓아갔다. 숲속에

멍청히 서 있는 강주 아가씨와 계집종 비운 두 여자의 존재 같은 것은 아랑곳이 아니라는 듯했다.

강주 아가씨는 울화가 치밀어서 견딜 수 없었다. 그러나 이를 악물고 꾹 참았다. 소세옥이 만빙여 아

가씨와 함께 있지 않았다는 사실은 확인했는지라, 내심 무거운 바위 덩어리를 내려놓은 듯 속이 후

련해진 때문이었다. 그러나 만빙여 아가씨가 무슨 까닭으로 주육화상을 시켜서 소세옥을 찾아내라

고 야단을 치는지 수상쩍다는 생각을 금할 길이 없었다.계집종 비운은 또 입을 삐쭉하고 웃었다. 터

져 날 것만 같은 웃음을 억지로 참느라고 가냘픈 허리를 한들한들 흔들었고, 배꼽을 움켜쥘 지경이

었다.”아가씨! 정말 웃기는데요! 노는 꼬락서니들이 가관이군요! 호호호!”강주 아가씨는 약이 바싹

올랐는데 계집종 비운은 도리어 자지러지게 웃고만 있으니 강주 아가씨는 눈을 흘겨 비운을 쏘아

보며 소리를 발칵 질렀다.”이년아! 뭣이 그렇게 우습다는 거냐?”비운은 서슴지 않고 대답했다.

“만씨댁 아가씨는 자기의 무술 재간이 대단하다고 자기 딴에는 꽤 으스대시는 모양인데‥‥‥ 제

가 보기에는 대단치도 않구먼요!”강주 아가씨가 톡 쏴 주는 말.”못난 계집애! 그 아가씨의 현천비학

란 허명 무실하게 소문만 난 것은 아니다. 너도 방금 보잖았느냐! 몸과 칼이 한 덩어리가 되어서 달

아나는 신법(身法)을‥‥‥ 몇 해만 더 정성껏 수련을 쌓으면 그 아가씨는 칼을 휘두르면서 공중

을 훨훨 날아다니는 오묘불가사의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비운은 그래도 여전히 입을 삐

죽삐죽하면서 빈정거리며 웃음소리를 감추지 못했다.”흐흐흥! 그렇게 놀라운 재간을 몸에 지닌

아가씨가, 어째서 자기 주변에 사람이 숨어 있다는 것도 모를까요?”강주 아가씨는 수정같이 맑

은 눈동자를 몇 번인지 깜짝깜짝하다가, 참다못해 웃음소리를 터뜨렸다.”호호호‥‥‥ 네년도

어지간히 눈치가 빠른 편이구나!”비운은 그제서야 소세옥이 숨어 있는 곳을 향하고 큰 소리를

질렀다.”도련님! 이제 나오셔도 괜찮아요! 그 사람들은 모두 달아나 버렸으니까요.”소세옥은

속으로는 강주 아가씨와 계집종 비운마저 이 자리에서 떠나기를 기다려서, 다시 경혼검 매약

화 아가씨를 찾아 나설 작정이었다. 애당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