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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그 자리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천하 무예계에서 화산파의 영도자 매소천은 비겁한 배신자

라는 낙인이 찍히고 말 것이 아닌가.무예계 인물이란 신의를 생명같이 중히 여기는 법이다. 더군다

나 각자의 명예와 위신을 소중히 여김은 더 말할 것도 없는 일이다.매소천은 화산파의 당당한 영도

자요, 대표자다. 자기 혼자만이 세상 사람의 웃음거리가 된다는 사실은 차치하고라도, 화산파 전체

의 명예와 위신을 어찌 자기 한 사람 때문에 땅에 떨어뜨려 영영 매장시켜 버릴 수 있단 말인가?그

렇다고 해서 일견사 허비와 승부를 가리기 전에 자기 혼자만 이 자리를 뜰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역시 무예계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것은 물론, 그보다도 주육화상 혼자 남아서

강적을 막아내고 있으랄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매소천은 진퇴 양난의 처지에 빠져 있었다.

어찌해야 좋을지, 극도로 초조하고 불안한 심정은 형언키도 어려웠다.이때 돌연, 주육화상이 껄

껄대고 너털웃음을 치는 소리가 귀아프게 들려 왔다.”핫! 핫! 핫! 네놈이 죽어도 나를 아버지라고

부르기가 싫다면 나도 하는 수 없다. 그 따위 불효 자식은 나도 아무 소용없으니까 하는 수 없이 이

화상은 이제 네놈의 별명을 고치도록 해주는 도리밖에‥‥”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주육화상은 다

떨어지고 냄새 나는 신짝을 한 손에 들고 높이 쳐들었다. 다음 순간, 전신을 수레 바퀴처럼 빙글빙

글 돌렸다.회오리바람이 휘몰아쳐 공중으로 치솟으며 땅위의 흙먼지를 눈이 어지럽도록 사방으

로 뿌렸다. 그 무시무시한 회오리바람에는 연기가 휘말려서 마치 굵직한 연기 기둥이 별안간 땅

에 박힌 듯이 허공을 향하고 오, 륙 장 높이나 우뚝 솟았다. 화상의 전신은 어느 틈엔지 날쌔게도

이 연기 기둥 속으로 휘말려 들어서 그림자도 찾아낼 수 없게 되었다.매소천은 주육화상이 또 괴상

망측한 장난질을 쳐서 허비를 골탕먹여 주려는 배짱임을 선뜻 알아차렸다.연기 기둥이 허공으로

뻗쳐 올라가는 찰나에, 일견사 허비는 재빨리 왼손으로 얼음장같이 싸늘한 바람을 일으켜 화산

처럼 뻗쳐 내서 연기에 휘감긴 회오리바람이 수선스럽게 뿌려대는 흙먼지를 흩어 버렸다. 다음

순간, 허비는 두 눈을 딱 부릅뜨고 오른편 손가락에 진기를 모조리 집중시켜서 칼끝을 쓰듯이 앞

으로 푹 찔러 버렸다.그러나 어찌 알았으랴.허비가 전심 전력을 기울여 연기 기둥만 노려보며 공

격을 가하고있을 때, 난데없이 그의 머리 위에서 쌩쌩하는 바람소리가 귀가 찢어질 것같이 울려

퍼질 줄이야.허비는 두 눈을 번쩍 쳐들고 위를 쳐다봤다. 주육화상의 다 낡고 냄새 나는 신발짝 하

나가 공중에 높이 떠서 바람을 일으키며 자기를 향하여 날아들고 있지 않은가.”또 시시한 수작을

하려구? 흥!”허비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그는 이미 이 신짝의 장난에 골탕을 한 번 먹었고, 화

상의 장난질치는 솜씨를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