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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클어진 앞머리를 가다듬어 올리며, 여태까지의 태도와는 딴판으로 깔끔한 말투였다.”엊그제 밤에, 누

각 지붕 꼭대기 금봉 입에 물려 있던 야광주를 도둑맞았대요!””흠? 그래서 너는 정신이 긴장되어서, 시

급히 이 어미를 만나 보려고 돌아온 거지?””우리 봉명장엔 평소에 사고라곤 한 번도 없었거든요.””얘야

!”늙은 부인은 긴 한숨을 내쉬고 나서야 다음 말을 계속했다.”이 어미도 조만간 무슨 사고가 발생할 줄

작하고 있었다. 단지, 걱정스러운 것은 그 도둑놈이 야광주를 훔쳐가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네? 어머니께선 그걸 어떻게 아세요?””이 어미는 그런 추측을 해왔을 뿐이다. 봉명장이 어떤 곳이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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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다. 몸에 절기(絶技)를 지닌 사람이 아니라면 감히 야광주를 훔치려 들지도 못했을 것이고, 또 절기

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까짓 야광주 한 알을 노렸겠니?”봉(鳳)의 눈같이 예쁜 아가씨의 두 눈에

서 반짝하고 광채가 뻗쳐났다.”어머니는 정말 잘 알아맞히시는데요!””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느

냐?””아니요! 스승님께서 그렇게 ‥‥‥‥””너의 스승은 뭐라고 말하던?”아가씨의 얼굴에는 금시에

우울한 빛이 떠올랐다. 아가씨가 뭣이라고 대답을 하려는 바로 그 찰나에,”헤헤헤.”늙은 부인은 가벼

운 냉소와 함께 두 어깨를 으쓱하더니 의자에 앉아 있던 몸을 훌쩍 바람처럼 날려서 번갯불같이 대나

무 숲속으로 몸을 숨겨 버렸다.보랏빛 의복을 입은 아가씨와 초록빛 의복을 입은 계집종은 즉각에 무슨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보랏빛, 그리고 초록빛 광채가 번쩍하고 뻗치는 순간, 아가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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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집종도 늙은 부인의 뒤를 재빨리 쫓아서 대나무 숲속으로 몸을 숨겨 버렸다.바로 이 순간에 한줄기

사람의 그림자가 질풍같이 빠른 속도로 뜰안으로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그 사람의 그림자는 몹시 조심

조심하는 모양이었다. 단숨에 곧장 뜰로 내려서지 못하고, 담 가에 서 있는 한 그루 시퍼런 잣나무 가지

를 발견해서 그 속으로 몸을 슬쩍 숨겨버렸다.한동안 나뭇가지 위에 몸을 숨긴 사람은 꼼짝달싹도 하지

않았다. 뜰 전체가 죽은 듯이 고요하고, 인기척 하나도 들려 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자, 그 사람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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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냉소를 터뜨렸다.”흐흐흥!”그리고 동시에 훌쩍 몸을 날려 담 안으로 내려서려고 했다.그러나 뉘

았으랴.그 사람의 그림자가 담 한 모퉁이에 얼씬했을 때, 난데없이 뜰 안에 있는 대나무 숲속으로부터

누군지 냉소를 터뜨리는 소리가 들려왔다.”헤헤헤헤.”그 소리를 따라서 한줄기 새파란 광채가 화살처

럼 뻗쳐났다. 쉭쉭 날카로운 바람 소리까지 일으키는 품이 무시무시한 힘의 소유자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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