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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손은 쉴 새 없이 닥치는 대로 자기 몸을 쥐어 뜯고 있었다.얼마 안 되어서 이번에는 얼굴까지

근질근질하고 가렵고 쑤셔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게 되었다.그는 땅바닥을 떼굴떼굴 굴러 몸부

림을 치면서 닥치는 대로 손으로 쥐어 뜯었다. 여태까지 한 번도 벗어 본 일이 없던 인피(人皮)

로 만든 가면(假面)이 벗겨져서 땅바닥에 나뒹구는 것도 몰랐다.뜨거운 차 한 잔을 마실락말락

한 시간이 그대로 흘렀다.근질근질하고 가렵던 것이 다소 멈춰진 것 같았다.소세옥은 씨근씨근

하는 가쁜 숨소리를 내면서 간신히 자세를 바로잡고 앉았다. 그러고 나서 눈을 들어 두 팔과 두

다리를 두루두루 살펴봤다.더욱 커다란 놀라움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의

팔다리에는 마치 뱀 껍질 같은 시뻘건 비늘 무늬가 도장처럼 찍혀져 있지 않은가!다시 온몸을 샅

샅이 더듬어 봤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뭣을 헤아릴 겨를도 없이 단숨에 시냇가로 줄달음을

쳤다. 시냇물에 자신의 몸을 비춰 보다가, 간장이 녹는 것같이 처참한 긴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거울같이 맑게 가라앉은 시냇물 위에는 뱀 껍질 같은, 무늬가 얼룩덜룩한 괴상

망측한 얼굴이 떠올라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얼굴에서는 온통 누렇고 지저분하고 악취

를 풍기는 진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소세옥은 자기의 두 눈을 의심할 지경이었다.일찍이 정기

봉의 아들 활수검 정여룡에게 채찍질을 당하고 독형(毒刑)을 받은 소세옥의 얼굴은 콧날이 일그

러졌고 입이 비뚤어져서 꼴사납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런 얼굴이 이제는 뱀 껍질같이 시뻘겋고

덜룩한 무늬마저 뒤집어쓰게 되었으니, 그 꼬락서니가 마치 뱀이 요정(妖精)으로 변한 것처럼 백

배, 천 배 더 추악해졌다.소세옥은 화합신향이라는 극약이 이렇게 무시무시하고 악독 무비한 힘

을 가친 약물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제 그는 한시 바삐 죽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죽는

것이 살아서 고통을 당하는 것보다 훨씬 마음 편할 것 같았다.자신도 모르게 갑자기 매약화 아

가씨의 생각이 퍼뜩 머리에 떠올랐다.’매약화 아가씨의 그 꽃같이 아름다운 모습, 그리고 옥같이

하야말쑥한 몸도 만약에 나처럼 이렇게 추악해졌다면, 아가씨의 괴로운 심정은 나보다도 훨씬

더 심할 게 아닌가!’태양이 차츰차츰 솟아올랐다. 아침 일고, 여덟 시의 시각이 가까와 오는 모

양이었다.홀연, 또다시 억제키 어려운 색정의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마음속에 치밀어 올랐다.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었다. 마치 한 마리의 맹수가 미친 듯이 이리 뛰고 저리 나뒹굴고 하듯이,

정신 상태까지 혼란에 빠지는 것이었다.이때, 그의 신변에 여자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만약에 누

구든 간에 여자라는 존재가 그의 눈에 띄기만 했다면 늙었거나, 어리거나, 추악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