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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운비는 무림맹에 간다는 말에 정말 가슴이 뛰었다. 철이 들고 처음으로 산을 내려가는

것이다. 당연히 안 된다고 말한 사제를 매섭게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유석화는 우운비가

무림맹에 화산을 대표해서 간다고 하자 바로 말했다. 우운비의 매서운 눈초리가 겁이 났

으나 이미 준비한 말이 있었기 때문에 우운비의 눈길을 피하며 말했다.”대사형은 우리 화

산파의 얼굴입니다. 그런 대사형이 무림맹에 가는 것보다 남궁 세가에 가는 것이 낫다고 생

각합니다. 남궁 세가에서 도움을 청하는 전갈이 왔다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이럴

때 저희가 남궁 세가를 무시하고 무림맹에 사람들을 파견한다면 사람들은 분명히 구파 중

하나인 화산파가 그렇게 소심하다고 욕할 것입니다. 그러니 한 사람이라도 지원을 간다면 그

들의 시각은 달라질 것입니다. 대사형은 저희 화산의 얼굴이기 때문에 몇 명 가지 않더라도

화산의 명성에 금이 가지 않을 것입니다.”유석화는 자신이 말하고도 조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말을 마쳤다. 그러자 적엽의 얼굴이 약간 붉어지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는 정

인에게 의견을 물었다.”정 사제, 자네의 생각은 어떠한가?””석화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

니다. 남궁 세가는 지금 고립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당과 소림에서조차 사람을 보내

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의 상태로 볼 때 당연히 남궁 세가가 멸문한다고 생각한 것이

겠지요.””그렇다고 제자를 파견하지 않을 수 없네…, 난 남궁 세가에 적지만 열 명 정도 보내어

작은 힘이라도 주고 싶었네, 하지만 자네의 말을 들으니 그것조차 겁이 나는구만!”적엽이 고개

를 흔들며 말하자 왼편에 앉아 있던 적엽의 사제인 하서량(何書凉)이 가슴까지 내려오는 수염

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특징은 왼손의 손가락 중 약지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구지초혼수(九指招魂手)라 불렀다. 그는 별호에서 알 수 있듯이 화산파의 검법

보다는 수법과 장법에 통달한 인물이었다.”장문 사형, 그동안 남궁 세가와 쌓은 정도 있는데 이

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운비가 간다면 대사형이니 화산파가 그렇게 가볍게 이 일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남궁 세가는 오랜 역사를 지닌 세가입니다. 비록 지금 힘이

들더라도 언제 다시 재기를 할지 모릅니다. 그때를 위해서라도 끈을 이어 놓는 것이 좋다고 생

각합니다.”적엽은 하서량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유석화는 자신의 의지대로 일이 진행되자 속

으로 웃음을 흘리며 우운비가 죽기를 바랄 뿐이었다. 자신이 듣기로도 남궁 세가는 이제 죽음을

가만히 기다리는 정도밖에 안 된다고 들었다. 그런 사지에 우운비가 간다면 그것만큼 기분 좋은 일

은 없을 것이다. 유석화는 남모르게 미소를 흘리며 우운비의 무시무시한 눈초리를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