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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쿠!”화상은 엄살을 부리는 어린 아이처럼 외마디 소리를 질러 놓고 나서 또 떠들어댔다.

“아저씨! 아저씨까지 농담을 하시면 큰일입니다. 저는 이 세상에서 하늘도 땅도 무서운 것이 없

지만, 우리 조카 아가씨 앞에서만은 쩔쩔매지 않을 도리가 없거든요!”현도노인이 또 대꾸했다.

“자네는 무궁 무진한 불법(佛法)을 지니고 있다고 하잖았나?”화상은 울상을 하고 대답했다.

“이 화상의 불법은 다른 사람 앞에서는 영험을 나타내지만, 아저씨 앞에서는 도무지 말을 듣

지 않는 걸요!”현도 노인은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그런 줄 안다면 제법이군! 그러면 이렇

게 해주게. 자네는 사흘 동안만 이 무덤을 지켜 달란 말일세! 사흘 동안은 이 자리를 절대로 뜨

지 말 것, 그리고 어떤 사람도 무덤에 접근시켜도 안 될 것!”만빙여 아가씨는 칼을 칼집에 꽂고

손뼉을 치면서 깔깔대고 웃었다.”호호호! 사흘이 지난 뒤에는 이 무덤 옆에 틀림 없이 화상 아

저씨의 무덤이 하나 더 늘겠네요!”매소천은 내심 몹시 수상쩍다고 생각했다.’이 무덤 속에 누가

파묻혀 있기에, 또 무슨 까닭으로 현도노인은 주육화상을 시켜서 무덤을 지키고 있으라는 것일

까?’주육화상은 현도노인의 말을 듣더니 일부러 깜짝 놀라는 척하고 물었다.”이 무덤 속에는

누가 파묻혀 있는데요?”강주 아가씨가 땅이 꺼질 것같이 긴 한숨을 내쉬며 대신 대답했다.

“바로 우리 소씨 오라버니의 무덤예요!””뭐라구? 아앗!”화상은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놀라 자

빠지는 시늉을 했다.”그 청년이 죽었단 말인가?”만빙여 아가씨가 냉소를 터뜨렸다.”흥! 그

년은 죽었어요! 이제는 아저씨 대갈통을 나에게 바치셔야만 될 걸요?”주육화상은 울상을 했

다. 그러나 웬일인지 현도노인을 힐끗 쳐다보며 한편 눈을 찡끗했다.”아저씨! 정말 이 화상이

뭣을 잘못했다고? 진작 노인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더라면 모가지를 내걸고 약속을 하지는 않

았을 게 아닙니까?”만빙여 아가씨의 날카로운 음성이 또 들려 왔다.매소천은 갑자기 얼굴빛이

핼쓱하게 변했다. 그 이번에 여기까지 찾아온 것은, 사실은 난데없이 어떤 사람의 편지 한 통

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 편지에는 자기의 누이동생 매약화가 신영궁의 문하생인 소세옥

이라는 청년과 바로 이 산속에서 입에 담지 못할 추한 짓을 저질렀다고 적혀 있었다매소천

은 자기 누이동생을 못 믿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친히 이곳에 와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이제 이 새 무덤 속에 파묻힌 것이 바로 소세